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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쉬고 22년 저축해야…직장인 서울집 마련

김정환 기자
입력 : 
2021-03-21 17:24:28
수정 : 
2021-03-21 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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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임금·물가 상승률 분석

5년간 월급 연간 3.4% 오를때
서울 아파트값은 12.9% 급등

소득세율 올라서 세부담 가중
`유리지갑` 근로자 갈수록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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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이영욱 씨(가명·41)는 장기간 고민 끝에 내 집 마련 계획을 포기했다. 정년 때까지 일해도 도저히 집값 모으기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만에 하나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해도 대출금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나라 직장인이 서울에 아파트를 하나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22년 가까이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노동부·통계청·KB국민은행 등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성실근로자 울리는 5대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근로자 임금총액(1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상용·일용직 기준)은 2015년 299만1000원에서 지난해 352만7000원으로 연평균 3.4%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값에 따라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집 가격)은 같은 기간 5억282만원에서 9억2365만원으로 연평균 12.9% 뛰어올랐다.

직장인들이 월급을 하나도 안 쓰고 모아도 서울에 중간 정도되는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21.8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3억8676만원) 역시 연평균 7.4%가 올라 월급 오르는 속도를 압도했다.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일반 직장인들이 월급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정부가 근로자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리지갑'인 직장인을 겨냥한 세 부담도 점점 무거워졌다. 지난 5년간(2014~2019년) 국세청 최신 통계를 살펴보면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은 25조4000억원에서 41조1000억원으로 연간 10.1%씩 불어났다.

직장인이 현업을 떠났을 때 뒤를 받쳐줘야 하는 '안전판'이 탄탄한 것도 아니다. 근로자가 비자발적으로 퇴직당했을 때 받게 되는 실업급여 계정은 2018년 적자 전환한 후 지난해 적자 규모가 4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국민연금 체력도 약해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도 당초 예상한 2057년에서 2054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현재 50세 이하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을 일부만 받을 수 있고, 32세 이하 근로자는 연금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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